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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결심한 밴텀급 파이터, "투쟁심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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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결심한 밴텀급 파이터, "투쟁심이 사라졌다"
  • 정성욱 기자
  • 승인 2022.02.15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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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원
고기원 Ⓒ로드FC

[랭크파이브=정성욱 기자] 13일 SNS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로드FC 밴텀급 파이터 고기원(28, 싸비MMA)이 쓴 글이었다. 2016년에 데뷔전을 치른 후 4승 3패의 전적을 가진 고기원. 작년 9월에 열린 로드FC 059에서 장대영을 펀치로 24초 만에 꺾고 이목을 이끌었던 그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사정에 대해 랭크파이브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이하 인터뷰 전문(전화 인터뷰로 진행)

Q: 다른 게 아니라 SNS에 남긴 글을 봤습니다. 은퇴를 시사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좀 알고 싶다. 
- 별다른 내용은 없다. 내가 그냥 운동을 하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최근 들어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압박이 오니까 
운동을 계속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거를 붙잡고 있는 것보다 은퇴하는 게 나을 것 같더라. 저녁에 혼자 생각하다 글을 쓰게 됐다.

Q: 경제적인 압박이 큰 모양이다.
- 그렇다. 내가 외동아들인데, 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셨다. 할머니가 나이가 드셔서 내가 보살펴드려야 한다. 운동을 해서 돈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Q: 전에 로드FC 059에서 승리하고 나서 백스테이지 인터뷰했을 때는 나름 또 희망을 갖지 않았나.
-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내가 한두 경기 더 이긴다고 하더라도 변화가 없을 듯했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려면은 그만큼 또 내가 일을 안 하고 또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더라. 사실 그날 승리하고 나서 은퇴한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그때는 이긴 직후이기도 하고, 또 이기고 나니까 갑자기 또 더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니까 (운동) 생각이 계속 없어지는 것 같다.

Q: 팀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감독님이나 동료들의 반응은?
- 내가 상의를 하고 글을 올린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일하느라 선수부 운동을 나가지 않은지 조금 오래됐다. 마지막 경기 끝나고 운동 한두 번 나갔다. 그리고 저번 주에 장익환 선수 한 번 체육관 놀러 오셔서 네 그때 한 번 나가고 거의 안 나갔다. 원래 이번 주에 저희 감독님 생신이라서 그때 감독님이랑 이렇게 얘기도 하려고 했다. 현재 팀에서는 내 의견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다.

경제적인 문제니까.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내가 시합을 뛰는 게 경제적으로 압박이 안 되고 활로가 열린다면 나도 열심히 해보겠는데 그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은퇴해야 될 것 같다. 만약 내가 열심히 일을 해서 2~3년 후 다시 여유가 좀 생긴다면, 그래서 다시 운동 생각이 난다면 또 모를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운동이기에 다시 하고 싶어질 것 같긴 하다. 근데 지금은 싸우고 싶지도 않고 누구를 딱히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Q: 고기원 선수의 글에 로드FC 정문홍 대표가 글을 남겼다. 
-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직접 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다만 내가 은퇴전을 제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좀 있다. 4월에 은퇴전을 하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지금 당장 하는 일이 있다. 4월에는 내가 이사를 가야 한다.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경기를 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말씀은 되게 고마운데 내 입장에서는 힘들 것 같다.

Q: 은퇴전을 치르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듯하다. 나는 은퇴전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은퇴 전도 힘든 상황이다.
- 은퇴전도 솔직히... 지금 누구랑 싸우고 싶고 이런 생각이 안 들어서 잘 모르겠다. 로드FC 경기후 기자님하고 인터뷰했을 때 문제훈 선수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문제훈 선수도 별 입장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체육관, 육아 등등으로 힘드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싸우고 싶은 선수들이라도 다들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고, 내가 지금 치고 올라오는 신인들하고 하고 싶은 마음도 크게 없다.

Q: 뭐랄까 격투기 선수한테 필요한 '투쟁심'이 싹 사라진 느낌이다.
- 지금 내가 목표로 하고 싶은 게 없다. 만약 누가 나에게 많은 돈을 줄 테니 싸우라고 하면 몰라도, 지금은 내 욕심 하나로 이렇게 싸우는 거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다.

Q: 그러면 로드FC에 자신의 뜻을 전했나?
-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이야기할 예정이다. 최근에 기사를 또 내줬더라.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만약에 내가 생각하는 조건과 맞고 배려를 해준다면... 그리고 4월을 힘들 것 같다. 그다음 대회라면 모를까. 

Q: 배려하라고 하면 어떤 건지?
- 파이트머니다. 내가 걱정하지 않을 만큼 지원한다면 시합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 4월에 경기를 하고 다치지 않으면 좋은데 다치기라도 한다면 내 생활에 큰 대미지가 온다. 일도 하지 못하고 마음만 더 아플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막 싸우는 게 좋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싸워도 그다음을 생각해야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는 거다.

Q: 은퇴하면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 서울에서 일을 하며 나를 키워준 할머니에게 생활비를 보내드릴 예정이다. 할머니가 지방에 계시는데 몸이 좀 아프시다. 나를 키워주셨는데 이젠 내가 보답해야 할 때가 됐다. 

Q: 은퇴하는데 도와준 분들이 많이 생각날 텐데 한 마디 한다면.
- 일단은 감독님. 처음에 그냥 아무것도 없이 체육관 와서 "운동선수해보고 싶다"라고 말한 나를 받아주었다. 그걸 시작으로 지금까지 팀원들과 열심히 운동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내가 은퇴한다고 해서 운동을 아예 그만하는 건 아니다. 가볍게 내 운동하면서 팀원들 도와줄 것이다. 내가 도움받은 만큼 나도 우리 팀원들을 도와주면서 옆에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Q: 로드FC에게도 할 이야기가 있다면?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SNS에 모두 썼다. 로드FC에서 나를 많이 배려를 해준 것도 저도 잘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이 챙겨줬는데 내가 기회를 잡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밖에 없다. 20대 시절을 쏟아부었던 단체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 이젠 선수가 아닌 종합격투기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즐겁게 격투기를 지켜보겠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고 마음에 불꽃이 피어나면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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