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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로드FC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 ‘맞짱의 신’이 부딪힌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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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로드FC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 ‘맞짱의 신’이 부딪힌 한계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2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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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성과 팬들의 지지, 양쪽 모두에 실패한 원인은
'맞짱의 신' 포스터 (출처=로드FC)
'맞짱의 신' 포스터 (출처=로드FC)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별명으로 유명한 2020년 2월 22일, 로드FC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 방영이 시작되었다. 이미 12월 무렵 촬영단계서부터 화제가 된 ‘맞짱의 신’, 그런데 어째 영 커뮤니티는 물론 각 언론에서조차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남은 방송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시청률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비슷한 시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격투기 팬들이 소화할 만한 다른 격투기 방송 컨텐츠가 없다는 대 호재 속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외면한다는 현실을 봤을 때 이번 평가가 마냥 섣부르다고 볼 수는 없으리라 본다.

비록 전작 ‘겁 없는 녀석들’도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때는 당시 방송사 MBC가 대규모 파업 상태였고, 시청자층의 민심이 상당히 떠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방송 시간대가 심야이기도 했으며 상황상 홍보조차 여의치 않았다. 로드FC로서는 그다지 공정한 결과지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기 힘들던 차에, 야심 차게 준비한 차기작 ‘맞짱의 신’ 역시 비슷한, 어쩌면 더욱 처참한 성적이 예고되었다.

 

발전이 없는 방송구성
이번 ‘맞짱의 신’의 방송구성은 그간 로드FC가 가졌던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구성을 그대로 따른다. 먼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예선을 벌여 ‘절대 고수’라는 현역 선수의 테스트를 받은 후, 로드 수뇌부가 포함된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심사위원들은 각기 팀을 나눠 선수를 경쟁시키고, 토너먼트를 벌여 최종 승자를 가린다.

이 방송구성은 과거 ‘주먹이 운다’, ‘겁 없는 녀석들’가 가진 형태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주먹이 운다’는 당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 상당히 화제가 되었다. 시즌 4까지 제작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흥행이 성공적이라 볼 수 있으며, 로드로서도 그런 과거의 기억 때문에 그러한 방송 구성을 쉬이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방송인들이 하는 대중 예능 버라이어티의 유행도 불과 4~5년 사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리는 게 방송 생리, MMA라는 분야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거듭하며 무수히 발전해왔다.

과거 이 로드FC의 격투기 오디션 방송 구성은 참가자들의 실력 수준보다 독특한 캐릭터 성에 의한 화제성을 중시한다. 초창기에는 그런 가벼운 모습이 어느 정도 먹혔을지는 모르나 당시에도 상당한 비판이 존재했으며, ‘주먹이 운다’와 ‘겁 없는 녀석들’을 통해 데뷔한 선수들 대부분이 본격적인 프로 무대에서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 들 중 몇몇은 거듭된 연패와 발전되지 않는 실력, 투지 없는 모습 등으로 ‘선수자격조차 없다’는 평을 매번 듣고 있다.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은 좋았지만 그렇게 해서 뽑아낸 선수들, 즉 결과물이 좋지 못하자 ‘개그맨 뽑는 자리냐’며 격투기 팬들의 민심은 떠난 상황이다.

제작 측에서는 어떻게든 참가자들에게 유치찬란한 별명과 대본 티가 나는 상황을 부여해가며 화제성을 견인하고 싶어 하지만, 주 시청자층이어야 할 격투기 팬들은 이미 여기에 질려 조소만을 남길 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참가자 중 몇몇 정말로 실력 있는 진주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무관심에 묻히는 역효과도 낳게 되었다. 이들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화제성을 끌려는 수단들이 오히려 스스로에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플랫폼의 잘못된 선택
‘맞짱의 신’에 대한 정보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팬들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새로운 종합격투기 컨텐츠에 대한 갈망은 한국 팬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과거 오디션 출신 파이터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욕하면서 보는 재미’ 정도는 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정보가 나왔을 때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 것이 있었다. 방송 플랫폼인 SBS FiL이라는 이름. 공중파 방송국의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불과 2019년 10월에 개국한 신생 방송국이며, 많은 사람이 채널 번호조차 모르는 매우 마이너 곳이다. 자체 제작 예능을 송출하긴 하지만, 흔히 ‘볼 것 없어 채널 돌리다가 얻어걸리게 되는’ 부류의 채널이라 볼 수 있다.

상기했듯 이미 ‘주먹이 운다’ 당시에도 케이블 방송사 XTM이 방영하여 꽤 괜찮은 반응을 끌어냈지만, 문제는 그간 방송환경, 시청자의 시청환경이 180도 바뀌었다는 점에 있다. 격투 컨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2030 세대 대다수가 거실에 나와 TV 채널을 뒤적이기보다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으며, 연령층이 낮을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그 때문에 로드 FC 측에서도 이례적으로 원본은 아니지만, 방송 직후 짤막짤막한 하이라이트들을 잘라다 신속히 유튜브에 올리고 있으며, 방송설명란에도 IPTV 서비스업체마다 다른 SBS FIL의 채널 번호를 일일이 기재해 어떻게든 생방송 시청률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TV 생방송 주도하에 유튜브 재방송에 의한 화제성 유지로 가야 했던 로드FC의 그림이 거꾸로 유튜브->TV 생방송이라는 괴악한 구조를 띠게 된 것이다. 바깥에서의 빈약한 화제와 달리 유튜브 내 ‘맞짱의 신’ 영상이 적게는 몇만, 크게는 십만 단위에 이르도록 찍히는 시청 수가 이 문제점을 방증한다.

 

정문홍 전 로드 FC 대표
정문홍 전 로드FC 대표

 

끝내 터진 논란, 그 논란 속에서 보이는 문제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름대로는 순조롭게 진행되던 ‘맞짱의 신’이지만, 결국 논란이 터져버렸다. 과거 ‘주먹이 운다 4’에서도 얼굴을 비췄던 서동수 선수가 팀 최종 예선에서 노련한 싸움으로 포인트를 제압하던 장면이었다. 느닷없이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나서 포인트에 의한 승패보다는 적극적인 공격을 강조한 후 이례적으로 연장전을 진행했는데, 이 ‘특수 룰’에 의해 포인트와는 상관없이 서동수 선수가 아닌 반대 측이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판정 주체는 심판이 아닌 정 전 대표를 포함한 심사위원단이었다.

이 사건 이후 서동수 선수가 유튜브 등지에 나서 불만을 토로했고, ‘맞짱의 신’ 측은 영상 댓글을 통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상대 선수를 올리기 위한 무리한 편파판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작 로드FC 측에서는 다른 영상의 대댓글로 내내 선수들에게 ‘특수 룰’의 존재를 공지했으며 판정 역시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판정에 이루어졌다고 답변할 뿐, 공식적인 어떠한 반응도 존재하지 않았다. 서동수 본인 역시 자신의 채널 몇몇 영상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 후로 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개중 한 영상은 로드FC 측 변호사와 접촉 후 내려간 상태다.

공정해야 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편파 논란이 나왔다는 점에 작년 모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사건이 오버랩 된다. 물론 사건의 심각성이야 비길 데가 없지만, 어쩌면 세간의 적은 관심이 더 큰 논란을 불러오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겠다.

정확한 사건의 진위는 알 도리가 없지만, 이것을 떠나 적어도 이번 논란 속에서 ‘맞짱의 신’의 문제점 한두 가지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여전히 로드FC가 ‘이기는’ 시합보다는 흥행을 의식한 ‘저돌적인’ 시합, 그런 선수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로드FC의 대회를 보면 지루하기 쉬운 그라운드 상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일 경우 심판이 스탠딩을 선언하는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평소 대중에 ‘재미있는 경기, 볼거리 있는 경기’를 추구했던 수뇌부의 성향이 반영된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격투 팬들이 원하는 선수가 그런 저돌적인 파이터에 한정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UFC의 시합 역시 지루한 그래플링 싸움이 대부분일 경우 커뮤니티에 온갖 불만이 나오고 심지어 데이나 화이트 본인도 직접 불만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노련한 운영, 혹은 그래플링 싸움을 원하는 팬들의 수요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발 더 나가 승리를 위한 모든 수단에 최대한 공정해야 할 ‘종합격투기’에서 다른 선수들의 개성을 무시하고 전진 타격만을 대회사 측에서 강제한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관점에 따라 대회사 개인의 재량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마냥 문제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종합격투기’ 오디션에서 종합격투기 룰이 아닌 ‘적극성’이라는 사람에 따라 명백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는 것은, 격투기 팬이 보기에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다. 결국 로드FC 나름대로 팬의 니즈를 중요시 여겨 내린 결정이 선수와 팬 모두의 공감을 잡지 못하고 로드FC의 독선적인 이미지, 과거에 있던 편파판정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는 악효과를 낳게 되었다.

또 지나치게 적극적인 파이팅을 주문했을 때 갖는 선수 생명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UFC에서 막강한 타격력과 호전성을 자랑했던 선수들이 선수 생활 말년에 신체적으로 크게 무너지거나 짧은 선수 생명만을 가졌던 모습, 혹은 주짓떼로 파브리시우 베우둠이 40대의 늦은 나이에도 폼을 유지한 채 벨트를 꿰찬 모습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특히 데이나 화이트 본인이 화끈한 타격가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FC에서는 빈번하게 그의 선호에 반하는 시합들이 멀쩡히 나오고 있다. 또 유사한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인 TUF에서도 데이나 화이트가 직접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격투 성향을 각 선수에게 강요하며 승패를 뒤바꾸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선수 생명 하니 생각나는 말이지만, 서동수 선수가 남긴 발언 중 ‘하루에 세 시합을 뛰었다. 프로파이터도 하루에 시합을 세 번 뛰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역시 ‘맞짱의 신’ 제작진의 선수 보호에 대한 인식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며
마냥 까기만 했으니 마지막에는 ‘맞짱의 신’을 위한 변을 해보도록 하자. 어찌 됐든 아직도 삭막한 대한민국 격투기 시장에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관련 컨텐츠를 제작하고 위기를 벗어나 자력갱생하고자 하는 로드FC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또 이번 ‘맞짱의 신’ 결승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차기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인도네시아를 무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과거 일본과 중국의 문을 두드렸던 로드가 다시 한번 동남아 최대 국가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모양새이며, 성공한다면 국내 격투기계에도 새바람이 불 수 있는 호재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렇게 나름대로 낱낱이 비판점을 논한 것은 로드FC의 실패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으로 더 재미있는 대회, 호평받는 컨텐츠를 제작하기 바라는 마음의 발로다. 과거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일신한 방송구성, 좀 더 시청자 친화적인 플랫폼, 그 외 유사 컨텐츠에서 배울만한 점을 본받는다면 다시금 로드가 세계적인 대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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