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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타이틀전 이지훈 "고우용은 한 방이 있는 선수, 내 인생 맷집도 만만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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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타이틀전 이지훈 "고우용은 한 방이 있는 선수, 내 인생 맷집도 만만치 않아"
  • 정성욱
  • 승인 2017.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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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웰터급(70kg) 타이틀전을 앞둔 이지훈
맥스FC 웰터급(70kg) 타이틀전을 앞둔 이지훈

[랭크5=정성욱 기자] 맥스FC 파이터 이지훈(30, 인천 정우관)은 강한 인상의 소유자다. 링에선 거침없이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심사숙고하는 성격이다. 데뷔 초반에는 경기를 앞두고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이지훈은 "엄청나게 떨렸다. 너무 떨린 나머지 상대 선수가 경기장에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면 하는 나쁜 생각마저 할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올해 서른이 된 이지훈은 이번 타이틀전을 30대 시작의 이정표로 삼을 작정이다. 그에게 있어 서른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기점'이 되는 나이였다. 이번 맥스FC 웰터급(70kg)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아 인정받는 파이터가 되고자 한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이야기할 때 그걸 이루는 나이가 항상 서른이었다. 이제 서른이 되었고 뭔가 인정받는 무언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맥스FC 타이틀도 그 중 하나다. 이전까지 승패를 떠나서 열심히 하면 투지 있고 성실하다고 평가받았다. 이번 타이틀전은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타이틀을 가지려면 승리해야 한다. 이번 경기를 통해 실력도 인정받고 타이틀도 얻어서 인정받는 3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우용과의 경기에 대해서도 신중하면서 자신감 있는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는 고우용이 한방이 있는 선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링에서 쓴맛 단맛 모두 봤기에 '인생 맷집'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하 인터뷰 전문

어떻게 지냈나?
- 19일 경기 열심히 준비하며 지냈다. 타이틀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많이 떨린다.

첫 타이틀전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 대회 개최 날이 변동되면서 원래 출전하려던 선수가 출전 못 하게 되어 영화 록키 처럼 내가 대신 출전했다. 당시 경험과 실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 출전했다.

경험해보니 어땠나
- 정신이 없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상태에서 출전하니 떨리기도 엄청 떨렸다. 어떤 생각마저 했냐면, 상대선수에겐 미안하지만 오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못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이도 어렸고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기회를 받았으니 열심히 했으면 됐는데 두려움이 너무 컸다. 근데 그날 독특한 경험을 했다.

독특한 경험이라면?
- 링에 올라가기 전까지 매우 얼어 있었다. 근데 링에 오르고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니 나도 모르게 스텝이 밟아지더라(웃음). 그리고 그때만 느꼈는데 링 밑에서 온기가 올라오면서 나를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신기한 느낌이다.
- 나도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했더니 친구들이 시큰둥하게 '쓸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하하하
- 뭐랄까 청춘 드라마처럼 '그건 너의 길이야.', '너는 운동에 전념해야 할 운명이다' 같은 훈훈한 이야기 같은 것은 없었다. 시크한 친구들이었다.(웃음)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나?
- 판정패로 졌다.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 상대 선수에게 라이트 훅을 적중시켜 기회가 왔다. 그때 내가 무작정 들어갔으면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 당시 나도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마침 상대가 휘청거리며 백 스핀 블로 반칙을 했다. 지친 나는 공세를 잇지 않고 반칙에 대해 어필했다. 그때를 놓치니 다시 기회가 오지 않더라.

링에서 경험한 독특한 느낌, 타이틀전에 대한 아쉬움 이것이 이지훈을 링에 남게 했나?
- 뭔가 아쉬웠다. 그냥 지고 끝내는 것이 아쉬웠다. 최소 한국에서라도 뭔가를 성취하고 끝내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어떤 것인가?
- 10전 정도 치렀을 때였다. 토너먼트 대회였다. 당시 나는 모든 상대를 이기고 결승전에서 태국 선수와 경기를 가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날이 태어나서 제일 많이 맞은 날이다. (웃음) 1라운드에는 기술적으로 너무 차이가 나서 일방적으로 당했다. 그래도 근성으로 버텼는데 상대 선수 기술에 계속 당했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1라운드가 끝나고 관장님이 지시해주시고 응원 온 관원들이 큰 함성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니 뭔지 모를 힘이 났다. 2라운드가 시작하는 공이 울리고 큰 포효와 함께 태국 선수에게 돌진했다. 역전시킬 뻔도 했다.

오! 결과는 어땠나? 이겼나?
- 열심히 몰아붙였지만…그도 얼마 안 돼서 엄청 맞았다. (웃음) 몇 번 다운도 당했다. 경기 끝나고 나서 경기 영상을 보는데 그간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계속 넘어지고 당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어서며 극복하려 하더라.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나서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을 잃고 두려운 일이 있으면 피하곤 했다. 입식격투기를 하면서 변했다. 링에 올라가면 피할 수 없지 않나? 정우관에 와서 운동해서 도전정신을 배웠고 링에서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어느센가부터 나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 있더라. 당시 준비하던 공부와 운동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결국 입식격투기를 택했다.

그렇게 시작해 운동 한 지 얼마나 됐나?
- 군 제대하고 시작했으니 6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격투기 오타쿠로 시작했다. (웃음) K-1이 멋있어 그저 링을 동경하던 팬이었다. 링에 오르기 전까진 '저 사람들 많이 다치는 거 아냐?'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근데 직접 해보니 별로 안 아프더라. 그거 아나? 입식이 가장 안 아프다.

엄청 아파보이던데....
- 나만 그런가? 경기 뛰다 보면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안 아프다. (웃음)

격투기 팬 출신이라고 하니 국내외를 통틀어 입식격투기 선수들 가운데 동경하는 선수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 처음에는 K-1 서울에 출전한 구칸 사키를 좋아했다. 구칸 사키로 시작해 마사토로 끝났다. 구칸 사키의 경기력이 좋아 동경했는데 언젠가부터 마사토라는 선수가 멋있더라. 마사토의 인터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어떤 내용인지 기억하나?
-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아루트 키센코를 이기고 챔피언에 올랐을 때 한 인터뷰다. "15년 동안 한길을 걷다 보니 좋은 날이 온 것 같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묵묵히 노력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이 말이 나에게 큰 위안을 줬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지훈 선수는 마사토와 같은 체급, 한때 MAX급이라고 불렸던 70kg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경하던 선수에 체급에서 활동하면서 타이틀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듯하다.
- 올해 서른이다. 앞자리가 바뀌니까 나에게 서른이라는 나이가 특별하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이야기할 때 그걸 이루는 나이가 항상 서른이었다. 이제 서른이 되었고 뭔가 인정받는 무언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맥스FC 타이틀도 그중 하나다. 이전까지 승패를 떠나서 열심히 하면 투지 있고 성실하다고 평가받았다. 이번 타이틀전은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타이틀을 가지려면 승리해야 한다. 이 경기는 내 인생과 연관된 경기 같다. 이번 경기를 통해 실력도 인정받고 타이틀도 얻어서 인정받는 3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30대에 접어들어 하나의 이정표를 찍는, 그러니까 30대를 챔피언으로 시작하고 싶은 의미로 보인다.
-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 (웃음)

타이틀전을 치를 고우용 선수 어떻게 평가하나?
- 퍼스트리그 때 첫 경기를 봤다. 박진감 넘치고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더라. 무엇보다 그날 같이 간 여성 관원이 멋있다는 말을 하시더라. (웃음) 몸도 멋지고 신체적 능력도 좋다. 한 방이 있는 선수이고.

고우용 선수가 타이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베테랑 이지훈 선수도 타이틀에 욕심을 갖는데 자신은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하더라
- 이번 타이틀전에서 승리해서 벨트를 매고 어떤 분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꼭 타이틀을 거머쥐어 야 한다. 이상한 소리 할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웃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분이 누구인가?
- 지금 이야기하긴 그렇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누구야 사랑해" 이런 차원은 아니다. (웃음) 나에게 소중하신 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이번 경기 어떻게 펼칠 생각인가?
- 고우용 선수는 한 방이 있다. 내가 한 대 맞고 쓰러질 수도 있다. 근데 뒤집어 보면 내가 한 방에 쓰러질 사람은 아니다. 링에서 쓴맛 단맛 모두 봤지 않나. 고우용 선수의 펀치가 강하다고 해도 나에겐 나는 '인생 맷집'이 있다.

챔피언이 되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 맥스FC 초대 웰터급 챔피언이다.
- 좋기도 좋겠지만, 무게감이 더 클 것 같다. 이름에 맞는 실력도 갖춰야 하고 외형적인 것도 갖춰야 하고. 챔피언에 걸맞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이지훈 선수가 타이틀을 획득하면 정우관은 맥스FC에서 2개의 타이틀을 가진 체육관이 된다.
- 정우관 선수들도 뛰어나지만 관장님께서 대단하신 분이시라 생각한다. 관장님께서 세컨을 봐주시면 그렇게 든든하다. 능력치가 달라진다. 일명 관장님 버프라고나 할까?(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에 대한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 무조건 이길 거다. 내가 이긴다. 패배는 생각지도 않는다. 꼭 챔피언이 되어서 인터뷰로 고마운 분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3차 방어전에 성공해서 벨트 갖는 게 내 바람이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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