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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격기 3반, 종합격투기를 다룬 한국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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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격기 3반, 종합격투기를 다룬 한국 웹툰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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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팬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작품
단행본 1권 표지(출처=예스24)
단행본 1권 표지(출처=예스24)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만화 왕국으로 유명한 일본, 수작 이상의 작품만 따져도 수만 편이 넘겠지만, 정작 종합격투기에 관한 만화는 비중이 적은 편이다. 차후 지면을 빌어 리뷰해보겠지만 ‘종합격투기 스포츠만화’라고 불릴만한 것은 조기 완결되었던 ‘철풍’, 아마추어 슈토를 배경으로 했던 ‘올라운더 메구루’ 정도다. ‘공수도 소공자 코히나타 미노루’는 입식에 한정되어 있으며, ‘바키 시리즈’는 리얼리즘과 만화적 허구가 절묘하게 혼재된 중독성이 있지만 최근작에서는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고, ‘켄간 아슈라’는 그보다 더 동떨어진 허구를 보여준다. ‘홀리랜드’를 비롯한 다른 격투기 만화 대부분 역시 단순 격투 액션 만화 팬이라면 모를까 종합격투기 팬의 니즈를 만족하기에는 영 못 미치는 형태의 작품이다.

그러던 차 대한민국 웹툰계에 볼만한 종합격투기 작품이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이학 작가가 수요일마다 연재하고 있는 ‘격기 3반’이 그 주인공이다.

아직 이 작품을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간단한 줄거리 설명을 해보자면, 배경은 현대 한국이나 실제와 달리 종합격투기의 위상이 매우 크며, 그 종합격투기 선수를 중점적으로 기르기 위한 종합격투기 특성화 고등학교까지 설립되어 있는 세계관이다. 격투기 수련경력이 없는 주인공 주지태는 아버지이자 세계관 최강 격투가인 주대각에 원한을 품고 행방을 찾던 중, 우연히 격투기 지망생들을 육성하는 특수반인 ‘격기반’에 편입되어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첫손 꼽는 매력은 역시 세계관, 현실 세계의 체육고등학교처럼 종합격투기 인재 육성만을 위한 학교가 설립되어 있다는 것은 종합격투기 팬 입장에서 즐겁고 반가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작중 주 배경이 되는 ‘남일 고등학교’는 격투선수 양성만을 위한 격기반이 특별반으로 배정되어 있고, 다른 일반 학생들 역시 격투 산업 종사자 육성을 위한 취업반이라는 설정이다.

작가 이학은 한국의 대표 격투 학원물이자 장수 작인 ‘짱’의 동인작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안정되고 수준 높은 작화가 유명했으며, 격투 특성상 역동적인 장면을 그려내야 하는 격투 장르 작품에 이르러서도 유감없이 그 능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구도와 자세에도 불구하고 눈이 괴롭지 않은 신체묘사를 보인다.

다만 아무래도 액션 만화 자체를 즐기는 팬을 위해 만화적 허구가 다소 가미된 감이 없지는 않다. 종합격투기 팬 입장에서 볼 때 유독 눈에 띄는데, 우선 모든 선수가 ‘랭킹전’이라는 교내 시합을 뛸 때 남녀의 구분 없이, 또 체급 구분 없이 경기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런 요소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캐릭터가 큰 상대를 쓰러뜨릴 때 독자들에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해할만한 만화적 허구지만, 아무래도 종합격투기 팬 입장에서 볼 때 다소 낯설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일독 내내 지우기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거기에 교내 랭킹전에 임하는 선수 전원 아마추어인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인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레프리마저 유명무실에 가까워 매 시합 크게 다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는데, 현실이었다면 헤드기어 착용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레프리의 개입으로 큰 부상을 당하는 상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격기 3반에서 벌어지는 옥타곤 내 시합 양상을 살펴보면 현실 종합격투기의 양상에 매우 부합한다기보다 과거 이종격투기 시절 사이와의 그 어딘가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백본 무술의 특색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 가라데 백본의 캐릭터는 시종일관 가라테의 기술만을 사용하는 것은 예사고, 택견 캐릭터와 카포에라 캐릭터 간의 대결에서는 아예 보편적인 종합격투선수의 스탠스를 버리고 각자의 무술 전통 그대로의 스탠스로 맞붙는 모습까지 보인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며, 때로는 이종 무술 격투가간 스타일의 차이가 극명하던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다.

격기 3반은 아직 완결된 작품이 아니며, 만화라는 분야 측면에서 봤을 때 ‘완벽한’ 작품과도 거리가 멀다. 메인스토리의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서사 진행의 부실함이 보이며 등장인물의 비중배분 문제와 대사처리나 캐릭터의 행위가 지나치게 튀거나 유치할 때가 있다. 학원물 장르 만화 특징인 학생들의 유별난 행동력, 사기적인 능력들은 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기 3반은 종합격투기 팬이자 만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충분히 정주행을 달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실제로 종합격투기가 엘리트 체육 계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체육학교 내에 과목이 신설되는 모습을, 지금보다 훨씬 많은 팬과 함께 종합격투기라는 취미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그만둘 수 없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격투기와 관련된 웰메이드 컨텐츠가 부족한 지금, 아직 본 작품을 보지 않은 팬이 계신다면 이것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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