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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글러브 터치, 매너와 불문율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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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글러브 터치, 매너와 불문율의 무게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03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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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지FC 4회 안종기 vs 김준교 경기에 대하여
김준교(좌측)와 안종기 Ⓒ 더블지 FC
김준교(좌측)와 안종기 Ⓒ 더블지 FC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지난 7월 25일, KBS 아레나홀에서 모처럼 더블지FC의 4회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코로나 여파로 대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에 매우 반가웠던 일이었다. 대회 종료 후 본 대회가 각종 뉴스는 물론 여러 관계자, 팬의 화젯거리가 된 것은 단순히 대회가 훌륭히 치러져서만은 아니었다. 신선한 언행으로 화제를 모은 케빈 박이 상위 체급 기원빈에 도전해서도 아니었다. 바로 패션 매치 2경기에 있었던 안종기 대 김준교 경기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경기 시작 후 양자가 케이지 중앙에 모여 글러브터치를 하는 순간, 그 글러브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김준교가 강력한 훅을 안종기의 안면에 작렬한다. 당시 안종기는 오소독스에서 뒷손이었던 오른손을 내밀어 터치했는데, 그 손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레프트 훅을 맞아 다운되고 말았다.

물론 안종기 역시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고 어떻게든 태클을 성공시키고 파운딩을 하는 그림까지 연출했지만, 결국 데미지를 회복하지 못한 채 2라운드에서 허망하게 KO를 당하고 경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고 김준교는 팬들의 비난을, 안종기는 팬들의 동정을 받게 된다. 물론 글러브터치 당시 안종기가 방심한 것이 잘못이라는 의견이 있기는 했지만 명백히 김준교가 잘못했다는 여론의 비중이 훨씬 컸으며, 선수와 기자들도 이 의견에 다수 동의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김준교가 승자 인터뷰 및 직후 인스타그램 포스팅에서 이에 대한 일언반구가 없는 채 정당한 승리를 자축하는 언행을 보인 것이 비난에 불을 지폈다. 결국 김준교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기까지 한다.

이번 글러브터치 이슈가 문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글러브터치는 종합격투기 시합의 필수적인 절차가 아니며, 터치 자체가 무시된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당장 웰터급 스타 중 하나인 호르헤 마스비달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 역시 벤 아스크렌과의 일전에서 터치 없이 플라잉 니킥을 안면에 작렬했기 때문이며, 파브리시우 베우둠도 트래비스 브라운과 시합 시작 직후 이소룡을 연상하는 날아차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외에도 양 선수 간 신경전이 극도에 달한 상황에서 열리는 시합에서는 글러브터치 없이 경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번 김준교의 사례처럼 일단 글러브터치가 이루어진 직후 미처 떨어질 틈도 없이 빈틈을 노리고 강력한 일격을 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글러브터치의 의미와 큰 연관이 있는데, 바로 ‘서로 최선을 다해 페어플레이 하자’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그 우호의 표시 직후 한 박자 정도는 서로 원위치로 돌아간 채 다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당연히 글러브터치는 심판의 룰 설명과 주의와 상관없이 양 선수 간의 인사와 다짐이 이루어지는 절차이기에 실질적인 시합의 시작은 그 글러브터치가 온전히 마쳐진 후라 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시합 김준교가 행한 행위는 ‘선수 상호 간 신뢰를 배반한 채 우호의 인사를 이용하여 타 뒤통수를 때린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기한대로 글러브터치는 룰에 명시된 절차가 아니지만, 룰만으로는 스포츠 정신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 레프리가 있긴 하나 케이지는 기본적으로 상대와 자신 밖에 없는 고독한 공간. 그 안에서 종합격투기가 스포츠라는 선을 넘고 매너 및 페어플레이를 무시하게 된다면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선수'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만 안종기 선수에게도 살짝 아쉬운 점을 첨언하자면, 굳이 뒷 손을 내밀지 않고 앞 손을 내밀어 터치를 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은 있다. 실제로 다른 시합을 봐도 많은 선수들이 기본적인 스탠스 자세에서 거리를 충분히 가진 채 터치 후 신속히 전투 태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앞 손만을 내밀어 살짝 터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안종기 본인의 경험 부족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업이었던 레슬링 경기에서는 아예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상호간 악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논란 후 김준교 본인은 자신이 그렇게 빨리 상대를 가격한 줄 몰랐고 안종기에게 미안함을 밝혔지만, 전적에 돌이킬 수 없는 1패를 남긴 안종기로서는 당연히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룰을 위배한 것이 아니기에 대회사 측이나 다른 이가 김준교라는 한 명의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는 없지만, 현재와 앞으로 그가 받아야 할 냉소적인 시선은 그대로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고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이슈가 앞으로 대회사 및 선수 양자에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서 새롭게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호재의 이슈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충분히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블지FC 및 안종기와 김준교 선수는 냉정히 말해 그리 주목도가 높지 않은 축에 속하는데, 그에 비해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매체에서 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현상을 맞게 되었다.

국내 종합격투기 관계자들은 언제나 이슈에 목이 마른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왕이면 차후 리벤지 매치를 통해 더블지FC는 이슈를, 김준교는 오명을 씻을 기회를, 안종기는 위기를 딛고 다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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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2020-08-11 21:50:54
글러브 터치가 규정은 아닙니다만 말 그대로 불문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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