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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16 in 안동] 리뷰 : 달이 차면 기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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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16 in 안동] 리뷰 : 달이 차면 기우는 법
  • 유 하람
  • 승인 2018.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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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16 공식 포스터
맥스FC 16 공식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지난 달 2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맥스FC 15는 현재 한국 입식격투기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일까. 바로 다음 넘버링 이벤트에서 느껴지는 실망감은 생각보다 컸다. 8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서 열린 맥스FC 16은 경기내용에서도 판정결과에서도 뒷맛이 썩 시원하지는 못했다.

메인이벤트 : 김준화 vs 한성화

"한성화, 종합격투기의 자존심을 세우다"
- 부끄럽지 않았던 패배
평점 : ★★☆

김준화(28, 안양삼산총본관)의 감동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주인공은 한성화(27, 나주 퍼스트짐)였다.

경기는 5라운드 내내 김준화에게 갑갑하게 흘러갔다. 초반에는 그나마 김준화가 힘과 기세를 앞세워 점수를 땄으나, 2라운드 후반부터 한성화가 링을 넓게 쓰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조금씩 앞서나가는 쪽은 한성화였다. 짧은 거리로 붙어 엘보, 멀리 떨어지며 킥을 차며 신체조건이 불리한 김준화가 편하게 타격을 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4~5라운드에서는 확실한 한성화의 페이스였다. 한성화는 코너에 몰리면 싸잡고 돌려내고, 이내 유리한 포지션에서 싸우는 유연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막판에 클린치로 붙었을 땐 객석에 환호를 유도하는 등 여유까지 보였다. 분명 한성화는 승리를 확신한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김준화 5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어쨌든 판정은 심판의 몫이고, 한성화의 승리에 반박할 여지가 없을 만큼 압도적인 싸움도 아니었다. 다만 같은 경기를 10번 채점한다면 못해도 6번은 한성화 승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경기였다.

한성화는 경기 전 랭크5와의 인터뷰에서 “MMA 선수도 입식격투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선례 남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무려 타이틀전에서 훌륭한 경기를 펼쳤으며,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패배에도 잠시 아쉬움을 표할 뿐 이내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스포츠맨십을 선보였다.

이제 미들급 챔피언은 김준화다. 그리고 김준화는 전업 입식파이터인만큼 더 자주, 더 좋은 모습을 링에서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성화는 패자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명예로웠다.

준 메인이벤트:  박유진 vs 정시온

"아쉬웠던 메인이벤트, 암담했던 준 메인이벤트"
- '미녀 마케팅'이 문젠가 여성 플라이급이 문젠가
평점 : ★☆

본론부터 말하자면 타이틀전에 걸맞는 경기는 아니었다. 챔피언이 된 여성 플라이급 랭킹 2위 박유진(17,군산엑스짐)도, 패한 랭킹 1위 정시온(19,순천암낫짐)도 너무나 아쉬웠다. '단체 최연소 챔피언 기록 갱신'이라는 그럴싸한 타이틀만 있었을 뿐 한국 입식 최대 메이저 단체의 준 메인이벤트에서 볼 경기는 아니었다.

내용은 별달리 없었다. 박유진이 좀 더 적극적이었고 정시온은 소극적이었다는 정도. 특히 정시온은 장기인 킥을 거의 활용하지 않으며 안면 타격을 연달아 허용했다. 랭킹 1, 2위의 경기가 이 정도 퀄리티였다는 데서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 경량급이 문제라고 싸잡아 말하기엔 바로 직전 대회에서 김효선(39, 인천정우관)과 박성희(23, 목포스타)가 밴텀급 타이틀을 걸고 희대의 명승부를 펼쳤다. 심지어 남성 선수 경기를 포함해도 근래에 보기 힘들만큼 수준 높은 공방을 펼쳤다. 모르긴 몰라도, 두 선수에게나 여성 플라이급에나 명예 회복을 위한 명승부가 몇 번은 필요하지 않을까.

5경기 : 장세영 vs 마스다 신타로

"또다른 의문스런 판정"
- 그럼에도 잠재력은 충만한 장세영
평점 : ★★

장세영(18, 안동정진)은 동양인 파이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재목 중 하나다. 신장과 팔다리 길이, 스피드, 탄력, 순발력, 운동신경 등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신체조건은 죄다 가지고 있다. 그 신체를 잘 살릴 줄도 알아서, 누가 상대해도 껄끄럽기만 한 선수다. 하지만 그게 느슨하게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마쓰다 신타로(31, 일본)는 스피드에서 현저히 밀리면서도 적극적인 러시로 장세영을 괴롭혔다. 상대가 열심히 밀고 들어오자 장세영은 스피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며 정타가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신체도 기술도 우월한 장세영이 내내 백스텝을 밟으며 점수를 잃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결국 판정에서 3라운드 종료 5-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역시 시원한 결말은 아니었다. “잘 못한 것 같은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장세영의 말을 믿어보고만 싶다.

4경기 : 딜로바르 나시로프 vs 이욱수

"최고의 실력, '인자강'"
- 하지만 거기서 끝
평점 : ★★

딜로바르 나시로프(31, 타지키스탄)의 신체조건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후반 체력난은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딜로바르는 우월한 피지컬과 타격센스만으로도 이욱수(31, 수원한미체육관)는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자 이욱수는 물론 딜로바르도 그렇게까지 잘 싸우지는 못했다. 막판 대놓고 쓸어차는 여유를 보이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경기력이 좋다고는 하기 어렵다.

3경기 : 이규동 vs 나카무라 나오야

"하이킥이 살렸다!"
- 맥스FC 16 최고 하이라이트
평점 : ★★★☆

전체적으로 잠잠했던 맥스FC 16에서 이규동(22, 인천연수삼산)은 유일하게 '한 건'했다. 2라운드 카운터 펀치 타이밍에 하이킥을 차올려 상대 나카무라 나오야(23, 일본)를 그로기로 몰았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그를 쫓아가 하이킥을 한 번 더 꽂아넣으며 다운을 뺐었다. 전후로는 사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이미 승부는 이때 결정됐다.

물론 챔피언 김진혁(27, 인천 정우관)을 향해 "원숭이 잡으러 간다"고 외치는 장면은 다소 민망했지만, 그래도 이런 한 방을 보여주고 말하니 나름 설득력이 실렸다. 페더급 타이틀 도전자 토너먼트 결승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인해보자.

2경기 : 우승범 vs 지승민

"아직은 이름값을 못한 '우승'범"
- 옆 동네 김'우승'은 우승, '우승'범은...?
평점 : ★★☆

랭킹 1위 우승범(25, 남양주삼산)은 조금 아쉬웠다. "당연히 타이틀 도전자는 나인데 왜 도전자 결정전 토너먼트를 여느냐"고 큰소리 친 데 비해서는. 랭킹 2위 지승민(18, 광주신창팀최고)이 선방하기도 했지만 경기 자체가 그리 잘 풀리지 않았다. 올 한 해 전 경기 KO승 기록도 깨졌고, 그 역시 토너먼트 결승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봐야 이후를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오프닝 매치 : 김소율 vs 도지은

"22% 부족했던 승자"
- 성실함의 김소율,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할 때
평점 : ★★

한국 입식격투기 개근상을 준다고 하면 적어도 2018년엔 김소율(23, 평택 엠파이터짐)이었다. '철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종합격투기까지 오가며 바쁘게 경기를 뛴 결과 그는 올해를 5승 1패로 마무리했다. 다만 커리어 면에서나 경기 면에서나 굵직한 한 방이 없는 건 너무나 아쉬웠다. 이번 경기에서도 '부지런히' 손을 내며 무난히 판정승을 거뒀지만, 원하는 대로 타이틀전까지 직행하려면 성실함 이상의 무엇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총평

"달이 차면 기우는 법"
- 조금 일찍 최대 화력을 쏟아부은 맥스FC
평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맥스FC 16은 절대 좋은 대회는 아니었다. 전 경기 판정승부에 25라운드 동안 다운 한 번 나오는 입식 대회가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나. 전 대회의 후광이 너무 강해 그림자도 진해진 감이 있지만, 맥스FC 16만 따로 보더라도 그렇게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올해 쓸 기운을 조금 일찍 당겨 썼다 생각하고, 2019년의 맥스FC를 기대해봐야 할듯하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맥스 FC 16 in 안동 경기 결과
– 2018년 12월 8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

[미들급 타이틀전] 김준화 vs 한성화
– 김준화. 5라운드 종료 판정승(5:0)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 박유진 vs 정시온
– 박유진, 5라운드 종료 판정승(5:0)

[71kg 계약] 장세영 vs 마스다 신타로
– 장세영, 3라운드 종료 판정승(5:0)

[85kg급] 딜로바르 나시로프 vs 이욱수
– 딜로바르, 3라운드 종료 판정승(5:0)

[페더급 4강] 이규동 vs 나카무라 나오야
– 이규동, 3라운드 종료 판정승(5:0)

[페더급 4강] 우승범 vs 지승민
– 우승범 3라운드 종료 판정승(4:1)

[여성 52kg급] 김소율 vs 도지은
– 김소율, 3라운드 종료 판정승(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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